누가 내 직장을 옮겼을까?

사라진 회사, 쫓겨난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폐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기록글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 010-2170-8009
  • ttowrite19@gmail.com
  • 목표액 5,000,000원 중 66%
  • 3,310,000원
  • 110 명 후원
  • 후원 마감
  • 이 후원함은 2019-10-31에 종료되었습니다.

후원이 마감되었어요. 그 결과..

안녕하세요. <회사가 사라졌다>가 판매.배송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립니다.

하나둘 책 받으신 분들의 소식이 들려오네요.

다소 발송이 늦어지는 온라인 서점도 있지만, 늦어도 다음주 월요일까지는 책을 받아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가까운 독립서점이나 동네서점에 마실가실 겸 방문하시는 것도 권해드려요.

아래는 또록이 2019년에 진행한 펀딩과 자체 비용을 들여, 원고가 완성되는 과정까지 사용한 작업비용을 보고드립니다. 400만 원 가까이 되는 펀딩 후원이 있었기에 책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 재정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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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4,587,000원
출금 4,587,000원
잔액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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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내역

펀딩 및 후원금 3,987,000원
또록 자비 6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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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내역

교통비(약 40회 편도) : 1,241,500
회의비(식사+다과+공간사용료) : 856,500
소모품비 : 5,000
외부-노동비(웹자보 등) : 130,000
취재 비용(취재시 실비+사례.선물) : 54,000
인건비/인터뷰 음성 녹취비 : 1,450,000
인건비/원고료 : 850,000

* 계산 편의상 10원 단위 숫자는 생략 (이자 입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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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후원이 아니라도, 마음으로 따뜻한 말로 또록의 활동을 지지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첨부한 이미지는 인터뷰이 김정숙님의 문어인형 선물과 함께 찍은 책 <회사가 사라졌다>입니다.

  • 2019/11/08 많은 분들의 지지와 후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록 소셜펀치가 완료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지와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힘을 얻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록은 1부로 기획한 여성사업장 폐업 기록을 마무리 하는 중입니다(소셜펀치 새소식_연재란 참조)

    2부 일상의 폐업을 기록하는 작업은 여러분들의 설문조사 답변을 통해 만들어가려 합니다. 공유 및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s://bit.ly/2J7uyNL
    (웹자보를 참조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후원해주신 분(단체)들

    145명의 후원자 분들(금속노조 신영프레시젼분회, 금속노조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 금속노조 유성 영동지회, 민들레 합창단,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소성리 평화장터 포함)의 응원으로 3,797,000원의 작업비를 마련했습니다. 좋은 기록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9-10월 작업비 사용처 보고

    원고+녹취+작업비 : 670,000원
    교통비 : 176,900원
    회의비 : (총 4회) 58,300원
    연재 교정교열 비용 : 110,000원

    후원금 이용에 대한 전체 정산 결과는 기록작업을 마무리할 즈음에 다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2019/10/29 [연재3] 사라진 회사, 쫓겨난 사람들_ (3) 신영프레시젼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의

    마지막 연재입니다.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이하 [또록])은 성진씨에스, 레이테크코리아, 신영프레시전 등 사업장의 폐업 상황이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1차 작업을 마무리중입니다. 개별 사업장의 처지와 상황을 다룬 글 한 편, 조합원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인물 서사를 다룬 글 한 편, 이렇게 사업장마다 글 두 편을 준비합니다. 전체 글을 다 보여드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 두 편의 글에서 일부를 발췌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연재를 진행합니다. 사업장의 고유한 상황이나 폐업/해고를 마주한 여성노동자의 경험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담은 글은 이후에 책이나 다른 방식으로 보실수 있을 것입니다.

    [또록]의 작업은 느리고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얘기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보려고 고민,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결과물은 더딜 테지만, 끝까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라진 회사쫓겨난 사람들_(3)

    신영프레시젼

     

    신영프레시젼(이하 신영)은 휴대폰 부품 생산 기업으로, LG전자의 1차 협력업체였다. 신영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손꼽히던 중견기업이었으나 올해 초 돌연 청산폐업을 한다. 해마다 1천 억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청산 직전 자산은 780억 원이었다. 신영 신창석 회장은 청산 이후에도 신영종합개발 최대 주주로 골프장 등 레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을 잃은 노동자 200여 명 중 45명이 남아 신영프레시젼 본사 건물을 점거하고 싸우다, 지난 9월 보상 합의를 하며 투쟁은 끝이 났다.

     

     

    매출 몇 백 억 원의 회사가 문을 닫다

    [골프장에 심은 풀 한 포기, 놓인 돌 하나] 일부

    _ 희정

     

    골프장은 춘천에 있어 서울에서 차를 몰고 가면 왕복 5시간이 넘게 걸린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반나절이 걸린다고 했다. 그래도 이들이 골프장에 가는 이유가 있다. 신영종합개발이라는 회사에서 세운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어쩐지 비슷하다. 그렇다. 최대 주주가 신영프레시젼(이하 신영) 신창석 회장이다.

     

    골프장에 도착해, 회장님 만나겠다는 이들을 막아서는 경비와 실랑이 끝에 정문을 통과하면 20분 넘게 올라야 하는 언덕길이 기다린다. 그 끝에 유리로 번쩍이는 골프장 건물이 있다. 또다시 회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하면, 돌아오는 것은 관리자의 윽박질. “다 찍어. 영업방해야. 얼굴 다 찍어서 고소해!” 신영에서 일할 때 관리자들에게 듣던 윽박질이 이랬을까.

     

    골프장에 오르기 전, 노동조합(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 신영프레시젼분회) 대표인 이희태 분회장이 한 말이 떠오른다.

     

    골프장에 심어진 풀 한 포기, 놓인 돌 하나. 신영 노동자들 땀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신영종합개발(이하 개발사) 초기 자금은 신영에서 나왔다. 0원에 가까운 가치의 개발사 주식을 신영 이사회는 1주당 100만 원에 총 400주를 매입했다. 투자할 가치는 없었지만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있었다. 신영종합개발과 신영프레시젼 이사회 구성원이 묘하게 겹쳤다. 그렇게 신영이 청산할 때까지 개발사로 흘러간 돈은 447억 원. 그 돈을 만들기 위해 신영의 기계는 24시간 돌아갔다. 아니다. 오히려 기계는 점점 느려졌다. 설비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비에 투자해야 할 돈이 골프장으로 가서 산을 깎는 데 쓰였다.

     

    골프장 짓고 나서는 기계에 투자를 안 하니까, 기계가 노후돼서 가스가 차니까 불량이 많이 나요. 그러니까 엘지 협력업체 등수도 떨어지더라고요.”

     

    그이들은 세상이 모른 척하는 일을 알고 있었다. 엘지(와 삼성)는 나라의 근간을 떠받치는 굴지의 기업이라 건드릴 수 없어 모른 척한다. 그래서 원청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투기성 사업을 일삼는 협력업체-중견기업도 모른 척한다. 중소기업은 국력이라며 이들의 가족경영 행태를 견제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들은 신창석 회장이 아니라, 청산의 이유를 찾아 골프장으로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명확한 사적 소유 개념은, 이들을 불법 침입자 정도로 만들어놓는다.

     

    (중략)

     

    골프장 본관으로 가는 길에 그이들은 풀숲에 떨어진 골프공을 자꾸 주웠다. 관리자들이 그런 모습을 볼까 싶어 만류하니 흙 묻은 자그마한 공을 손에 쥐고 까르르 웃는다.

    신기하잖아. 우리가 언제 골프공 구경이나 해보겠어.”

     

    골프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뉴스건 드라마건 브라운관에 비친 삶은 브라운관 속 이야기일 뿐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소박한 인생이라 부를까. 일만 했다. 20초마다 나오는 부품을 찍고 또 찍었다. 회사가 있어야 나도 있다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때론 회장님 건강까지 염려했다. 이곳에서 오래 일하고 오래 돈 벌고 싶었다.

     

    그런데 회사가 사라졌다. 회장님의 골프장도, 회장 일가가 산다는, 한강이 보이는 고급 자택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오직 회사만 사라졌다. 문을 닫은 해, 신영의 매출액은 800억 원. 그 직전 순이익은 20억 원이었다. 매출 몇 백 억 원의 회사가 문을 닫다니. 일하는 이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진정 이해하지 못한 것은, 이토록 간단한 손쉬움이었다. 수백 명의 밥줄이 싹둑 잘리는 일이다. 그 일은 너무 쉽게 일어났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신영프레시젼 조합원 인터뷰

    [정년퇴직 앞두고 청산폐업, 날벼락] 일부

    _ 시야

     

    낮은 목소리, 차분한 손동작, 느릿하지만 안정감 있게 자리를 지키는 은숙(가명) .

    신영 건물 농성장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 책장 너머 책상에 한결같이 앉아 있는 은숙 씨를 만날 수 있다. 잘 정돈된 탁자 위 커피포트에 물이 끓고 있었다. 낯선 공간을 찾은 어색한 연대자인 나에게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고, 따뜻한 커피를 내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내가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의 팀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은숙 씨는 묵직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따뜻함을 느꼈다. 나를 바라보는, 아니 또록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서 애정이 느껴지는데, 이 관심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인물 르포를 준비하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저는 이상하게 낙서라고 해야 하나? 쓰는 걸 좋아라 했어요. 부천에서 애기 낳고 거기서 십 년을 살았어요. 벼룩시장에 투고도 하고, 신문에 나서 상품권을 받은 적도 있었고요. 글을 쓰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야학 졸업한 친구들끼리 소식지를 내고, 돌아가면서 하긴 했는데, 지금이야 뭐 컴퓨터가 있지만, 옛날에는 수기로 써서 보내주고, 우리 모임 하는 친구들 외에도 관심 있는 친구들한테 주소 받아서 소식지를 보내주기도 했었어요.”

     

    * 하청에서 하청으로 내려가는 시간_

    취업 정보 일간지에는 용역업체에서 낸 구인광고가 점점 늘어났다. 은숙 씨도 용역업체를 통해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주로 하는 일은 핸드폰 코팅 검사였다. 익숙한 공정이라 일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용역업체를 통해서 들어간 현장에선 틈만 나면 정숙 씨의 고유한 업무인 검사 외에 생산 라인으로 투입하려 했고, 은숙 씨는 자신의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현장을 박차고 나오고 들어가길 반복했다.

    용역업체는 알선한 업체에서 받은 4대 보험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아 말썽을 일으켰고, 정규직 노동자 특히 관리자의 갑질에 시달려 오래 일할 수 없었던 은숙 씨는 고용과 이직을 반복하면서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다.

    공장에 취업하려면 그가 가진 경력과 능력보다는 여전히 외모가 우선이었다.

     

    * 행운이라 믿었던 정년 연장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다_

    은숙 씨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불쑥 의문이 들었다. 그녀는 노조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회사에서 일해달라고 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잠을 못 자고 밤을 새워서라도 맞춰야 할 물량이 있다면 기꺼이 해내고야 마는 성미였다. 그녀의 말대로 열나게일하면서도, 임금이 적다거나 근로조건이 열악하다거나 환경이 나쁘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법이 없었고, 신영에서 신아CNC로 옮기고도 불평 한마디 늘어놓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고는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그녀에게 노동조합은 어떤 의미였을까?

    일자리가 없잖아요. 딴 데 갈 데가 없잖아요. 일에 겁을 내지 않는데, 제가 체격이 있으니까,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고, 일을 안 시켜주더라고요.”

  • 2019/10/22 “회사가 사라진 경험 있나요?” :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회사가 사라진 경험 있나요?"

    :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십니까?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은 성진 씨에스, 레이테크 코리아, 신영 프레시젼 등 사업장의 폐업 상황이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록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회사(부서,)가 사라지는 일을 경험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폐업(외주화, 이전, 청산 등)을 겪은 이들의 일상이, 인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사라진 회사는 이후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폐업을 경험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 질문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또록]이 진행하는 기록작업에 여러분의 풍부한 경험을 전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설문조사에 대해 궁금하거나 문의하실 내용이 있으신 분은이메일(ttowrite19@gmail.com)이나 페이스북 페이지 <누가 내 직장을 옮겼을까> 메세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의 이벤트를 알리는 카드뉴스 공개합니다~!


    1/ 갑자기 사라진 회사문 닫은 공장없어진 부서…

     

    회사가 사라진 경험 있나요?”

     

    사라진 회사, 쫓겨난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폐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폐업을 겪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 회사가 폐업한 경험이 있나요?

    폐업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희망퇴직을 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또 정리해고 했고…. 나중에 보니 하는 일 그대로, 기계랑 빼서 해외로 다 옮긴 거였다.”

    연차를 공휴일로 다 대체하고, 점심도 이제 못 준다기에 억울해서 노조를 만든다 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폐업을 해버렸어요. 일거리가 엄청 많았는데도요.”


    3/ “공장부지 땅값이 엄청나게 올랐어요. 회사가 잘 되는데도 공장 돌리는 것보다 땅 파는 게 더 돈이 되니까요. 결국, 사장은 제조업 안 한다고 문 닫아 버렷죠

    쪼그만 회사에서 경리사무 했어요. 밑에 현장 직원들은 그대론데 왜 그런진 몰라도 사장이 맨날 부도 처리를 내고, 다른 사장 이름으로 다시 차리고, 똑같은 회사를 또 다시 차리고 또 부도내고 일 처리 내가 다 하는데 언제 진짜 회사에서 잘릴지 모르는 거예요.


    4/ 내 일자리는 어디로 갔을까

    다들 회사 문 닫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폐업을 겪고, 무엇이 변했고 또 무엇이 그대로인지, 그곳에서 일하고,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폐업 상황 관련 간단한 설문에 참여해 주세요. 메일로 직접 연락해 주셔도 좋습니다.

    * 참여방법 : 구글 설문 참여(https://bit.ly/2J7uyNL) or 이메일(ttowrite19@gmail.com)로 연락

    기간 : 2019.10.21~2019.12.31.까지

     

    자세한 프로젝트 내용은 소셜펀치 모금함 페이지 [누가 내 직장을 옮겼을까? https://www.socialfunch.org/Who_moved_the_company]참조하세요.


    5/ 페이스북 검색창에 ttowrite를 검색하세요. “누가 내 직장을 옮겼을까?” 페이지로 찾아오실 수 있습니다.

  • 2019/10/16 [연재2] 사라진 회사, 쫓겨난 사람들_ (2) 성진 씨에스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의

    두 번째 연재입니다.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이하 [또록])은 성진씨에스, 레이테크코리아, 신영프레시전 등 사업장의 폐업 상황이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1차 작업을 마무리중입니다. 개별 사업장의 처지와 상황을 다룬 글 한 편, 조합원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인물 서사를 다룬 글 한 편, 이렇게 사업장마다 글 두 편을 준비합니다. 전체 글을 다 보여드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 두 편의 글에서 일부를 발췌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연재를 진행합니다. 사업장의 고유한 상황이나 폐업/해고를 마주한 여성노동자의 경험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담은 글은 이후에 책이나 다른 방식으로 보실수 있을 것입니다.

    [또록]의 작업은 느리고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얘기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보려고 고민,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결과물은 더딜 테지만, 끝까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두 번째 연재도 <누가 내 직장을 옮겼을까?> 소셜펀치 후원함 게시판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합니다앞으로 소셜펀치 모금함이 종료되는 10월 31일 전에 신영프레시젼 노동조합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 계획입니다.

     

    사라진 회사쫓겨난 사람들_(2)

    성진 씨에스

     

    성진 씨에스(이하 성진)는 자동차 가죽 시트를 생산하는 봉제공장이다. 코오롱글로텍이 가죽 카시트 생산라인을 사내하청에서 사외하청으로 분사한 코오롱 하청업체다.

    성진이 201712월 최저임금인상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서 밥값을 떼어가고 연차휴가를 공휴일로 대체하려고 시도하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조를 만들자 성진은 집단해고를 통보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성진은 공장문을 닫아버렸다. 성진의 여성 노동자들은 16개월 동안 코오롱과 성진의 기획폐업을 규탄하며 싸웠다

     

     

    폐업 당한 여성 노동자

    [뭘 줘야 폐업을 안 하지? 다 줘야 폐업을 안하지!!] 일부

    _ 시야 

     

    사장은 2,000만 원 가져가다가 만 원만 덜 가져가도 적자라고 울어.

    성진에서 18년 동안 흑자 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지난달에 2,000만 원 가져갔잖아, 이번 달에 만 원이라도 빠지면 적자야.

    흑자는 없어.

    우리는 뺏겨도 몰랐지.

    여기 붙어서 일하니까 감사했지.

    다 뺏기고서 이제 노조를 만들었어.

    뺏길 것도 없을 때 노조를 만든 거야.

    더 못 뺏어먹으니까 사장이 문을 닫어버렸어.

    상여금도 뺏어가고, 학자금도 뺏어가고,

    빵도 우유도 뺏어가고, 차비도 뺏어갔어

    이제 밥값을 뺏을라고 해. 이제 연차휴가도 뺏을라고 해

    우리는 일하고 싶어서 연차 15일은 뺏어가도

    밥은 공짜로 먹겠다고 했어.

    사장이 밥을 먹여주면 공장을 운영할 수가 없대,

    밥값을 못 뺏어서 폐업을 시켜버렸어.

    뭘 줘야 폐업을 안 하는 거야?’

    다 줘야지.

    사장 말은 법이었어.

    우리가 반항하면 사장 얼굴이 막 붉어지면서 우리를 다 모아놓고 위협해.”


    (중략)

    성진의 여성 노동자들은 가죽을 재단하고 봉제해서 시트 완성품을 만드는 기술자들이다. 자동차 가죽 시트 만드는 일을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8년간 해왔다.

    기술자라고 하기에 그녀들의 임금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10년을 일하나 28년을 일하나 최저임금을 4~5만 원 웃도는 수준이었다.

    사장에게 그녀들의 노동은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누가 내 일자리를 옮겼을까요_

     

    여성 노동자들은 좌절을 딛고 길거리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공장이 문을 닫자 조합원은 흔들렸다. 공장 폐업하고 두세 달 만에 스무 명 넘게 떠났다. 마지막까지 남은 조합원은 열아홉 명이었다.

    법과 제도는 원청인 코오롱에 폐업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러나 코오롱의 물량만 담당했던 성진 씨에스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다면 가장 타격을 받을 곳은 바로 코오롱이다. 코오롱은 마치 폐업을 기다렸다는 듯이 공장의 기계를 다른 하청업체로 옮겼다. 가죽 시트 생산은 중단되지 않았다. 지금도 미싱은 잘도 돌아가고 있다.

    성진 씨에스의 갑작스러운 폐업을 코오롱은 갑작스럽지 않게 받아들였다. 사전에 조율이 있었다고 여성 노동자들은 의심했다. 성진 씨에스 여성 노동자들이 기획폐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하루아침에 일터가 사라진 여성 노동자들이 찾아갈 곳은 코오롱밖에 없었다. 성진 씨에스가 폐업한 후로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시 마곡동에 위치한 코오롱 본사를 찾았다.

    성진 씨에스가 폐업하면서 마주한 현실은 약탈적인 원하청 구조의 민낯이다.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정몽구 일가는 매년 수백억 원의 주식배당금을 챙기지만, 가장 아래층에는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만 겨우 받아 가는 중년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양극화의 단면이다.

    여성 노동자들을 가장 아래층에 놓은 것은 코오롱이다

     

     

    성진 씨에스 조합원 인터뷰

    [폐업이 지나간 자리] 일부

    _ 하은

     

    여진(가명) 님은 성진 재단실에서 오래 일했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기 전까지는. 일하는 사람에게, 폐업이란 무엇인가? 문 닫는 것이다, 한꺼번에 잘리는 것이다, 수입이 끊기는 것이다. 이런 말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여분들, 사람의 내면에 있는 풍경들을 만나고 싶었다. 폐업이 지나가는 자리에 서서, 그것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여진 님을 만나기 시작한 건 이미 폐업을 하고 1년이 되어갈 즈음이었다. 성진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남부지역 지회 사무실에서 다 같이 글쓰기 수업을 듣던 날.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여진 님의 첫인상이 오래 남았다. 여진 님을 보면 묵묵하다라는 말이 그려졌다. 작고 쓸쓸한 나무나 돌멩이 같다고 느꼈다. 기분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표정, 천천히 느리게 꺼내놓는 말투, 그에 반해 바지런한 생활이 느껴지는 날랜 몸짓들. 지금껏 몰랐던 사람이지만 왠지 어디엔가 늘 있을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다. 왜 이런 느낌이 들까. 그런 사람들이 늘 주변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게 부지런히 움직이고 일하는, 그런 생활이 쌓여 근육과 손 마디마디까지 단단해진 몸들이. 그런 사람들이 자글자글 모여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

    내가 처음 느낀 여진 님은 그런 모습이었다. 15년 넘게 일한 일터에서, 집에서, 노동조합에서 늘 단단하게 버텨온 사람. 일하던 재단실 기계가 팔리고 사람이 절반 넘게 줄었을 때, 집에서 가장 역할을 해야 했을 때, 회사가 폐업하고 노조에서 대의원이 되었을 때. 모든 상황이 닥칠 때마다 피하지 않았다. 호들갑 떨지도 않았다. 그냥 묵묵히 할 일을 했다. “그냥 나는 뒤에서 뒷받침 같은, 그 정도만 해주는데.”

    15년을 매일같이 집보다도 오래 머물던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갑자기 단절되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없이 닥쳐온 상황들. 이런 경험이 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까. 그저 괴롭고 억울한 고통과 피해의 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까? 폐업 이전에 여진 님이 묵묵히 일하고 지내온 오랜 생활의 순간순간들이 궁금해졌다

     

     

    * 어느 날 갑자기_

     

    저는 회사를 힘들게 다녀서 그런가, 사실 후련하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휴식, 은퇴, 여행…… 먼 이야기였다. 별일 없이, 사소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그저 눈을 뜨면 자동으로 일했다. 발끝만 보며 정신없이 내달리다 고개를 문득 들었을 때, 주변이 보인다. 열심히 살지 않은 건 아닌데, 왜 남들에게 쉬워 보이는 것들이 나는 이렇게 어려울까.

     

    살다가 어느 순간에 보니까 그런 게 있더라고요. ……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남들은 저 놀러 가요하고 자주 가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부럽고.”

     

    주변을 돌아보면 더 쓸쓸하다. ‘사는 건 뭘까고민하면 힘든 게 더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다. 다시 고개를 숙이고 일로 돌아간다. 코앞만 내다보는 게 버티는 방법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폐업했다. 일상이 갑자기 끊어져버린다. 내가 고민할 겨를도 없이, 상황은 그렇게 코앞에 닥쳐왔다.

     

    맨 처음에 폐업할 때는…… 너무 힘든 일에서 이제 해방감이 느껴져서. 맨 처음엔 좋았던 거 같아. 좋았는데. 좀 어느 순간 지나면서 약간…… 이제 취업을 해야 하는, 고민스러운 거예요. 불안하고.” 

  • 2019/10/03 [연재1] 사라진 회사, 쫓겨난 사람들_ (1) 레이테크코리아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이하 [또록])은 성진씨에스, 레이테크코리아, 신영프레시전 등 사업장의 폐업 상황이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1차 작업을 마무리중입니다. 개별 사업장의 처지와 상황을 다룬 글 한 편, 조합원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인물 서사를 다룬 글 한 편, 이렇게 사업장마다 글 두 편을 준비합니다. 전체 글을 다 보여드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 두 편의 글에서 일부를 발췌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연재를 진행합니다. 사업장의 고유한 상황이나 폐업/해고를 마주한 여성노동자의 경험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담은 글은 이후에 책이나 다른 방식으로 보실수 있을 것입니다.

    [또록]의 작업은 느리고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얘기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보려고 고민,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결과물은 더딜 테지만, 끝까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연재는 <누가 내 직장을 옮겼을까?> 소셜펀치 후원함 게시판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세 차례에 나누어 게시합니다. 앞으로 소셜펀치 모금함이 종료되는 1031일까지 성진씨에스, 신영프레시젼 노동조합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 계획입니다.

      

    사라진 회사, 쫓겨난 사람들_(1)

    레이테크코리아

    레이테크코리아(이하 레이테크)는 문구용품 제조업체다. 2018년 레이테크는 포장부서를 외주화했다. 포장부에 근무하던 21명은 영업부로 배치됐다. 포장부서원들은 배치전환도, 외주화도 납득할 수 없었다. 이들은 항의했고, 회사는 올해 4월 포장부 전원을 해고하기에 이른다. 포장부 여성노동자들은 현재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최근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여성 노동자에게 해고란?

    [해고를 애원하지 않는다] 일부

    _ 희정

     

    * 여자 해고는 해고도 아니다_

     

    세상과 그녀들의 온도 차가 다르다.

     

    여성노동자가 해고를 당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요. 남성이 해고당하면 어떡해, 그 집 어떡하지그러거든요. 내가 주위 사람들한테 나 해고당했어얘기를 해도, ‘쉬어’, ‘봉사활동이나 해이렇게 노동 가치를 뜨겁게 생각을 안 해주는 거예요.” 

     

    해고는 억울한 일인데, 세상은 억울해 해주지 않는다. 잘리는 일뿐인가. 그녀 자신들이 노동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뜨거운데, 그녀들 노동을 보는 세상의 태도는 미적지근하다. 반찬값, 학원비 벌이라 부른다. 반찬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몇 개 안 올리면 되는 거니까. 여자 일은 반찬마냥 없어도 되는 일이 된다. 잘려도 이참에 뿐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해고도 운이 좋아야만 당한다. 해고가 되면 실업급여라도 탈 수 있는데, ‘자르지도않는다. 정리해고도, 희망퇴직도 자본금이 어느 정도 있는 회사에서나 벌어지는 일. 제 발로 알아서 나가길 기다린다. 기업은 해고라는 부담조차 지려 하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 천 원짜리 노동 계산법_

     

    당신들 노동은 천 원짜리야.”

     

    사장의 말이다.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7천 원을 넘은 해였다. 법이 정한 최소한의 금액에 닿기는커녕 7분의 1쯤 되는 가치라니. 분회장은 그 말을 듣고 잠을 못 잤다. 밤에 불을 끄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중략)

     

    오만한 CEO의 헛소리면 좋겠지만, 문제는 이 말에 나름 수학적 계산이 들어가 있다는 데 있다. 사장은 외주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내부에서 제품 하나를 포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120원인데 외부에 맡기면 25~35원 정도라며 그동안 무리하게 포장부 고용을 유지해오다가 최근 매출 및 일감이 줄면서 불가피하게 외주화와 전환 배치를 결정했다. (《참여와 혁신》, 이동희 기자, 2018.2.7.)

     

    외주화의 정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의문이 든다. 아무리 외주업체라지만 똑같은 일인데 어떻게 작업 비용이 5배나 차이가 날 수 있나. 포장 업무를 어디에 맡기면 이런 절감이 생기나. 부업업체라고 한다. 인형 눈알 하나 붙이는 데 1원이라는, 손 부업말이다.

     

    임태수 사장이 말한, 제품 하나 포장하는 데 드는 ‘25은 가내부업 노동자의 임금을 가리킨다. 아니, 중간 알선업체가 떼어가는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이다. 가내부업에 맡기면 임대료, 전기세, 4대 보험, 식대가 들지 않는다. 값싸다. 그 모든 비용을 이름 모를 노동자가 스스로 감당하니, 회사는 절약을 한다.

     

    저임금, 장시간, 계약직…… 불안정 노동을 대표하는 단어들조차 가질 수 없는 노동이 만연하다. 수치도 통계도 낼 수 없는 음지의 노동. 이제 노동자도 필요 없다. 손만 있으면 된다. 노동 값이 끝 간 데를 모르고 떨어진다. 그러니 레이테크 노동자들이 아무리 꼼꼼하게 일해도 최저임금도 아깝다.

     

    10년을 일해온 사람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그 숫자는 현실의 낮은 노동 값에서 나온다. 그 값을 계산하면 당도하는 곳은 모욕이다.

     

     

    레이테크코리아 조합원 인터뷰

    [세상 어딘가,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 일부

    _ 림보

     

    * 드센 게 아니라 생각이 바뀐 것’_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헌법 33조에 떡하니 적혀 있는 권리,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한번 행사해보겠다는 것뿐인데, 사장은 동네 아줌마들 일하게 해준 게 어딘데 감히 노동조합을 만드냐”, “이 아줌마들이 일할 데도 없지, 나나 되니까 써줬지, 당신들이 어디 가서 그런 일을 하겠냐며 호통치기 일쑤였다. 실로 헌법 위의 사장님이다. 아버지 임상용 사장이 그러더니, 노조가 생긴 뒤 회사를 물려받은 아들 임태수가 취임하고는 아예 노조를 없애려는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임태수가 사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합원 나소정(가명) 씨가 그와 한판 붙은 것이다.

     

    나소정 조합원이 한번 임태수와 감정적으로 안 좋은 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거든요. 나소정 조합원이 이의 제기를 했어요. 그건 맞지 않는다. 임태수가 그때 당신 나가라고, 화를 내면서. 나소정이 내가 뭘 잘못했느냐면서 나갔거든.” 

     

    당신이 한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맞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 했다고 사장은 나가라고 했다. 안 나가겠노라고 끝까지 버티지도 못하고 끝내 나가고 말았지만, 소정 씨는 누가 뭐래도 처음 사장과 싸운 사람이다.

    노동조합을 꾸리고 난 후 일궈낸 크고 작은 투쟁의 성취도 많았지만, 고용노동청과 경찰서를 드나들며 싸우다 다치고 온갖 고통을 겪기도 했다. 2018410,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은 임태수 사장의 인권침해, 차별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고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포장부에서 영업부로 배치전환이 되면서 본사 출근 투쟁을 하는 동안 임태수 사장은 거의 매일 나타나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며 조합원들을 괴롭혔다. 소정 씨는 그때도 사장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월급 가지고 입씨름을 하다가 사장이 흉악하다, 추악하다, 역하다, 같은 인간인지가 의심스럽다, 호러물이라고 제게 쏘아붙이는데 너무 화가 나서 아직도 부들부들 손이 떨린다”(워커스 42, 박다솔‧윤지연기자, 2018.5.2.)고 그 순간을 기억한다.

     

    임태수 사장이 조합원들에게 퍼부은 폭언은 지금 당신들이 있을 곳이 여기가 아니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으면 사람이나 물건이나 더러운 것이 되니까. 임태수 사장은 자리를 차지하고 말하고 존재감을 발산하는 여자들에게 드세다고, 더럽다고 모욕하면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라_

     

    20154월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장 씨는 한 여성 방송인을 싫어한다며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 아무튼, 모든 걸 갖췄다라고 했다. 이 말은 결국 페미니즘의 표어가 되고 말았다. 장 씨의 말은 너무도 솔직하고 투명해서 놀라운 것일 뿐, 여성은, 더구나 자기 일이 있고 의견을 가지고 싸우는 여성은 늘 그런 말을 들어왔다. 남편이 벌어준 돈 받아 가며 집 안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며 얌전하게 있어야 하는데, 여자들이 돈만 밝히고 억척스레 일하고, 자꾸 눈에 띈다. 그럴 때마다 세상은 여자들에게 말했다. 보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말라고. 남성 중심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이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접하여 사색에 잠기는 것은 물론, 자기 세계를 만들고 목소리를 내는 그 모든 행위를 두려워한다.

     

    소정 씨는 스스로 대한민국 평범한 아줌마라고 했다. 남편이 전혀 도와주지 않는 독박육아를 7년 동안 해오면서 두 자녀를 키웠다. 결혼 전에는 백화점에서 판매사원으로 7, 레이테크코리아에서 일하기 전에는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2년 넘게 일했다.

     

    또 한번은 여기 취업하기 전에 알바를 오전 타임에 애들 유치원 보내놓고 쌀국수 알바했다고 했잖아요. 거기서도 2년 넘게 근무했어요. 10시부터 3시까지 정말 저는 제 일처럼 정말 열심히 했었거든요.”

     

    소정 씨가 그만두겠다고 하자 못 들은 거로 하겠다, 왜 그러냐며 붙들던 사장에게 사람 구할 때까지는 일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만류하던 사장이 갑자기 바로 다음 날 사람을 구할 테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부당해고는 아니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할 말 다 하고 나왔다. 소정 씨 본인은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아무리 봐도 그이는 잘 싸우는 여자다.

이 후원함에 대하여

회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라고요? 4차 산업, 인공지능…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니 일자리가 줄어드는 거라고요? 아니, 불황 때문이라고요? 경기가 안 좋으니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도 하네요. 그러니 임금이 싼 해외로 나가는 거라고요? 그래요. 뉴스에서 늘 언급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지요.

한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그곳에서 일한 사람 전부가 직장을 잃는다는 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럴까요? 그것이 내게 닥친 일이라도? 수십 수백 명의 밥줄이 끊어지는 일인데, 할 수 있는 말이 ‘어쩔 수 없다’ 뿐이라면 살아가는 일이 너무 아찔하지 않나요.

문을 닫는 회사 이야기는 종종 듣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도통 들려오지 않습니다.

  

사진 - 금속노조 신영프레시전분회 / 김선이 대의원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요? 어떤 이들을 문을 닫은 공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순순히 쫓겨날 순 없다고 버티는 이들, 때론 갈 곳을 잃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회사가 왜 사라졌는지, 회사가 사라지고 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들었습니다.

이들이 들려준 폐업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랐습니다. 부도가 난 공장, 멱살 잡히는 사장, 토끼 같은 자식들을 둔 '가장'의 슬픔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기업의 납품 장난질, 돈 놓고 돈 먹기 금융자본과 부동산, 요상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거쳐 가장 먼저 쫓겨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장 앞서 회사를 나가야 하는 성별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자부터 내보내는 이유는 늘 한결 같지요. 젊은 여성은 어차피 시집갈 거니까. 결혼한 여성은 애들 학원비, 반찬값이나 벌기 위해 왔으니까. 노년 여성에게는 집에 가서 손주나 보라 합니다. 그러나 여자들이 들려준 노동 이야기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랐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회사 문을 닫는 일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회사 밖을 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선별이 있다면, 어쩌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 대안과 책임을 만들어낼 수 있진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고 이들의 물음을 전합니다.
 

“누가 내 직장을 옮겼을까?”

- 사라진 회사와 쫓겨난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누구를 기록하나요?

4월부터 성진씨에스, 신영프레시젼,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회사나 부서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실직 신세가 되었다는 점. 대부분이 중장년 여성노동자라는 점. 수십 년을 한 회사에서 일했지만 최저임금 무늬만 정규직이었다는 점. 그리고 지금도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도 회사(부서,팀)가 사라지는 일을 경험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폐업을 겪은 이들의 인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사라진 회사는 이후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보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 보기

 

지금껏 이런 기록은 없었다. 이것은 막노동인가 글쓰기인가.

현재 계획으로는 7개 이상 사업장과 30여 명 사람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지속적인 취재와 수차례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기록노동은 그 품과 삯이 결코 적지 않은 활동입니다. 하여 작업비용 마련을 위한 펀딩을 합니다!

작업비 사용처는 격월로 소셜펀치 사이트에 공개하겠습니다. 

사진 - 금속노조 성진씨에스분회/여성주의저널 일다

무엇을 기록을 할 건가요?

1차 취재 : 4-7월 : 폐업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을 기록
2차 취재 : 8-10월 : 폐업 이후 변화한 삶을 기록
3차 취재 : 9-11월 : 폐업의 주인공은 나야 나! 일상의 폐업 기록
집필 : 12월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

[싸우는 여자들 기록팀 또록] “기록하고, 또 기록하자”, “또박또박 기록하자”. 세상에 없는 기록을 해보자며 모였습니다. 기득권 입맛에 맞춰진 기록, 유행을 타는 기록, 빤한 기록이 아닌 ‘세상이 소외시킨 이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기록하려 애쓰는 프로젝트 팀. 이름대로 주로 ‘싸우는 여자들’을 기록할 예정. 림보, 열매, 하은, 희정이 참여합니다.

후원자들의 한마디

  • 송은진 : 기록의 힘을 믿습니다.
  • 이광욱 : 소중한 작업을 응원합니다.
  • 이은정 : 기록기록, 또록을 응원합니다!
  • 박신영 : ^^
  • 화사 : 소중한 기록 감사하고, 응원해요♥♥♥
  • 임용현 : 고맙습니다. 응원합니다~!
  • 평화 : 발로 글쓰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 발광 : 응원합니다 좋은 글 기다릴게요
  • 엄계희 : 화이팅~~~~
  • 김영주 : 꼭 모두에게 알려주세요. 무엇이 그렇게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