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알의 후원함 | 인권

'알'은 둥지가 필요해!

인권단체 커뮤니티 알이 에이즈 혐오/낙인이 극심한 사회에서 HIV 감염인들의 인권증진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후원함을 개설했습니다.

  • 목표액 35,000,000원 중 48%
  • 16,960,000원
  • 136 명 후원
  • 후원 마감
  • 이 후원함은 2023-12-01에 종료되었습니다.
  • 2023/11/20 알의 둥지마련을 위한 🌈알파카 이야기, 세브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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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은 둥지가 필요해😊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를 위한
    🌈알파 이야기, 세브린 편


    커뮤니티 알에 후원을 독려하는 원고를 부탁받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각자의 생활을 꾸려 나가기에도 벅찬 와중에 후원 독려라니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 아쉬운 것들만 나열해도 에이포 용지 한 장이 아니라 열 장을 쓰고도 남을 것 같은데 후원이라니요.

    지금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일정한 수입원 없이 계속해서 공부를 하는 중이고 (언제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아주 요원하군요) 수입이 생기는 순간부터는 마이너스 통장을 메우기에 급급해질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커뮤니티 알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후원하지 못하는 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는 여성이며, HIV/AIDS 감염인이 아니고, 게이도 아니고, 인권 활동가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인간이고, (저는 멍청한 소리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절대 활동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 소수자도 아니며 (? 아닌가?) 아무튼 커뮤니티 알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사뭇 다른 당사자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얼핏 스치듯 보면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들에게 매달 돈을 주고 있는 셈이죠. 심지어 이번에 사무실을 꾸린다길래 딴에는 목돈을 후원했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까지 이 단체에 마음이 쓰이는 걸까요?

    그렇다면 유니세프에 후원하고 세이브 더 칠드런이나 노랑우산 같은 단체에 후원하는 모두는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까? 어떤 이는 측은지심으로 그렇게 행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것보다 진일보한 사람이길 스스로 바랍니다. 나는 감염인들이 불쌍해서 후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더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저의 직업과도 아주 무관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간호조무사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어떤 과로 갈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게 단순히 돈을 위한 직업은 아니었으면 간절히 바랍니다.

    HIV/AIDS 이슈는 나와 상관이 없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염인 이슈는 나의 친구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며, 때로는 생사를 위협하는 정도의 큰 문제가 되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일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더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이 외면받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소리에게 이 원고를 부탁받았을 때에는 ‘친구의 가벼운 부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작성하기 위해 모니터를 보고 있자니 어떤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어떤 힘이 실린다는 것과 그 힘에는 저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저는 활동가들과 나란히 하지는 못해도 그들의 좋은 술친구로 남아 꾸준히 후원으로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술을 사 주기도 합니다. < 중요)

    커뮤니티 알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해 주세요. 감염인 이슈는 바로 내 옆에 있음을 잊지 마세요. 당신의 친구가, 혹은 당신이, 당신의 가족이, 동료가, 선배나 후배가, 아무튼 당신이 마주할 수 있는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 ‘인권’ 문제임을 기억해 주세요.

    커뮤니티 알, 힘내라!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
    ‘알은 둥지가 필요해’
    8월 24일부터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날까지 총 100일동안 소셜펀치를 통해 3500만원을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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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0 알의 둥지마련을 위한 🌈회원 이야기, 미 편

     

    🏡알은 둥지가 필요해😊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를 위한
    🌈회원 이야기, 미 편

    커뮤니티알의 HIV감염인 회원 미님께서, 자신이 HIV확진을 받았던 때, 그리고, 그래서 커뮤니티알을 찾아왔을 때 적은 일기장의 내용을 공유해주시며, 커뮤니티알의 공간마련을 응원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미: 내가 HIV확진을 받았을 때, 일기 쓰기에 몸을 기울였다. 여기 일부 발췌가 있다:

    2022년 4월 21일
    끔찍한 날 – 내가 HIV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기 누워 내가 가야할 다음 계단을 고민하는 중, 복잡한 감정이 나를 압도한다. 감정의 파도가 나를 휩쓸어 간다. 내가 어떤 행동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을 안다. 인생의 방향, 나침반이 필요한 상황;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2022년 4월 25일
    (…) 시험 이후로 단 네 날 뿐이지만, 몇 주처럼 느껴진다. 스트레스는 계속된다. 지난 이틀 동안 무관심이 내게 찾아왔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웃음을 나누고 싶지 않다. 누워서 그저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싶을 뿐 – HIV/AIDS에 대한 생각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2022년 4월 26일
    (…) 요즘에는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좋은 삶, 그리고 만족스러운 삶을 기대한다.

    2022년 5월 12일
    약 이주 전에 치료를 시작했다 – 약 복용을 시작했고 괜찮다. 커뮤니티알이라는 단체를 방문했고, 별다른 문제없이 잘 살아가는 HIV감염인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다. 커뮤니티알의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로 나는 이 기간 동안 처음으로 모든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2022년 12월 31일
    스타벅스에 앉아 거리를 관찰하며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운동할 준비를 한다. 평온함과 즐거운 피로감이 내 영혼을 채운다.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 – 올해는 내 삶에서 가장 어려웠던 해 중 하나. 그러나 이 시기는 돌아볼 가치가 있다. 되돌아보면, 힘들었던 그 정도가 객관적으로 내 삶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부분이자 시간이었지만, 그것에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커뮤니티알과 그 구성원들의 지원, 지지 덕분이었다. HIV확진 이후 곧바로 그들에게 연락했던 것이 나의 가장 좋은 결정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 상황과 문제에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커뮤니티알 덕분에 친구와 지원, 지지를 얻었다. 커뮤니티알 구성원들을 통해 이 질병과 함께 살면서 행복한 사람으로 남는 방법의 예를 보았다. 어려운 시기에 나의 기둥이 되어준 커뮤니티알에 감사한다.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
    ‘알은 둥지가 필요해’
    8월 24일부터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날까지 총 100일동안 소셜펀치를 통해 3500만원을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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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0 알의 둥지마련을 위한 🌈회원 이야기, 파링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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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은 둥지가 필요해😊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를 위한
    🌈회원 이야기, 파링 편

    안녕하세요! HIV감염인으로 곧 10년차가 되어가는 커뮤니티알의 회원 파링입니다. 제가 HIV감염인이 되고, 알을 알게 되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몇자 적게 되었습니다.

    평소와 똑같은 생활을 하던 저는 제 삶을 무너뜨리는 전화를 한 통 받게 되었습니다. “○○씨 본인 맞으시죠? HIV가 발견이…..” HIV라는 단어 조차 모르던 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 너머 말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간단히 검사를 받은 저는 조용히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에서 울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약만 잘 먹으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저에겐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의미없는 말소리 같이 들렸습니다. ‘꿈인가? 무슨 이런 개같은 상황이 나한테 생길 수 있지? 그럼 나는 얼마 안가서 죽는건가?’ 부정적인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며칠을 무기력하게 지내며 HIV에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보았지만 잘못되거나 엉터리같은 정보들에 잡생각만 많아졌을 뿐 도움이 되지않는 정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커뮤니티 알을 찾을 수 있었고, 커뮤니티알을 통해 저와 같은 감염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누구보다도 HIV에 대한 정보들이 필요했기에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고, 운영지기님들 뿐만 아니라 회원님들도 제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시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중하고 도움이 되는 답변들을 해주셨을 때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캠프에서 회원들을 실제로 만나볼 기회가 생겼고 평소 생활하면서 주변에 말하기 어려운 속마음을 이곳에서만큼은 편하게 내려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알을 통해 참석한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제 자신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정보의 무지함으로 더이상 겁낼 필요가 없도록 도와준 고마운 곳이라고 지금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가까운 회원들과 한번씩 모여서 밥도 먹고 생일도 축하해주며 이곳, 커뮤니티알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유대감을 만들어가며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항상 감염인으로서 말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 알 운영진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커뮤니티알의 공간이 무사히 꼭 마련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더 잘, 빨리 알려지길 바래봅니다.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
    ‘알은 둥지가 필요해’
    8월 24일부터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날까지 총 100일동안 소셜펀치를 통해 3500만원을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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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알의 둥지마련을 위한 🌈활동가 이야기, 소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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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은 둥지가 필요해😊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를 위한

    🌈활동가 이야기, 소주 편 <에이즈가 내게 준 세상.>


     

    ??: “너네랑은 상관없는 거야. 문란하게만 하지 말어, 그럼 돼.”

    17살, 고등학교 다닐 적, 특강(?)으로 진행된 성교육 시간에 선생님이 나를 비롯한 학생들에게 ‘에이즈’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설명이라고 해봤자 거의 딱 이 한마디가 HIV/에이즈에 대한 설명의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당시 문란한게 정확하게 뭔지는 잘 몰랐지만 어쨌든 나랑은 그저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속을 편하게 가졌었다. (사실, 옛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제일 문란하다고 평가되는 사람이지만.) 에이즈 인권활동가로 자칭하며 살아가는 지금은, 에이즈는 너무나도 나와 관련이 있고, 문란을 긍정하는 사람들을 동료로 만나거나, 문란을 그냥 있는 그대로 인지하거나 수행하는 친구들과 어울린다. 문란, 紊亂. 어지러울 문, 어지러울 란. 어지럽다는 뜻의 한자어인 문란은 대개 도덕이나 질서, 규범이 어지러운 상태를 가리키는데 아직도 문란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세상의 질서는 공공성을 위협하고,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며, 일터의 위험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고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막고 있으니, 오히려 어지럽게 문란한 것이 곧 더 ‘건강’한 혹은 살만한 사회에 가깝지 않나 의문을 품고 만다.

     

    “왜 에이즈 인권활동을 하는 거야?”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고, 또 다른 사람이 내게 종종 묻기도 하는 질문이다. 상근활동을 시작한 2018년에도 한참 동안 이 질문을 머릿속에 가지고 살며 잘 설명하지 못했는데,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동료이자 선배활동가인 한 누나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이유가 뭐 있어? 꼭 있어야 돼? 꼭 설명이 되어야해? 그런건 아니야. 니가 진심이고 니가 하고 싶은 활동이잖아. 일단 그게 중요해” 맞다. 내가 하고자하는 인권활동이라는 게 중요하고 내가 진심이라는 게 중요하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당시에는 주변에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왕왕있어서 마치 변명하듯이 번듯한 이유가 있어야할 것만 같았다. 얼마전, 그러니까 올해 7월, 커뮤니티알 운영워크샵이 있었는데 이때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우리가 서로의 비전에 공감하기 위해, 각자가 그리는 청사진이 서로에게 가닿는지 확인하기 위해, 왜 이 활동을 하는지 질문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비교적 명료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러기 위해 같이 행복해지고 싶어서. HIV감염인 동료와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HIV감염인 친구랑 같이 더 재밌게 놀고 싶어서. 비감염인만 행복하고 감염인은 힘든 그런 세상에서는 살기 싫어서” 라고. 

     

    “에이즈가 내게 준 세상”

    생각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에이즈를 둘러싼 혐오와 낙인, 긍정과 자존감, 욕설과 투쟁 등.. 에서 비롯된 것 같다. 퀴어프라이드처럼 에이즈라는 질병에 ‘프라이드’를 붙이는게 가당키나 한 것인지, 혹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지, 낙인의 저울이 한참이나 무거운 지금,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고통이든 즐거움이든 에이즈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만나게 된 세상이 나에게 있다. 너도, 그리고 나도 HIV/에이즈라는 질병은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바라는 세상에서, 하지만 절대 종식될 수 없는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라는 사람의 존재들이 내게 선물한 세상이 있다. 질병유무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닌 세상, 켜켜이 쌓인 낙인에도 삶으로 새싹처럼 대지를 뚫는 힘이 있는 세상, 차별과 혐오에도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용기를 가지는 세상, 비슷한 고통을 가진 이웃에게 기꺼이 품을 내어주는 세상. 나는 선물받은 이 세상을 사랑한다. 

    그 사랑의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에게,

    “제가 선물받은 이 세상에는 커뮤니티알이라는 HIV감염인 공동체이자 에이즈 인권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가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더 많이, 그리고 더 잘, 에이즈 인권활동을 지속하려고 모금을 하고 있어요. 상담을 진행하고 감염인 회원들을 만나고, 실무나 논의를 진행할 안정적인 공간이 절실합니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하셨다면 커뮤니티알이 공간을 잘 마련할 수 있도록 응원을 모아주시기를, 커뮤니티알이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에 발걸음을 포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에이즈가 내게 준 세상은 자신을 소수자 중에서도 또 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 겹겹의 거부에도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는 세상이다. 이 어지러운 용기에 사회가 닫힌 문을 열때까지, 나도 또 두드려야지. 지금도 행복하지만 그 문이 열리면 더 많이 웃을 수 있겠지.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
    ‘알은 둥지가 필요해’

    8월 24일부터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날까지 총 100일동안 소셜펀치를 통해 3500만원을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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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5 알의 둥지마련을 위한 🌈활동가 이야기, 소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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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은 둥지가 필요해😊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를 위한
    🌈활동가 이야기, 소리 편

    <소중한 마음과 글이 여러사람들에게 닿기를>

    HIV 감염 소식을 알게된 것은 2011년 여름 군휴학을 내고 학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할 때였다. 따로 HIV 감염으로 인한 증상은 없었으나 그 해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장염으로 입원을 했던것의 원인이 HIV가 아니었을까 추측을 할 뿐이다. 물론 장염으로 알게된 것은 아니었고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동의없이 HIV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HIV 감염 사실을 알게되었다. 

    여름이었다. 그것도 매우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 HIV라는 단어를 처음 병원에서 들었을때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되물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에이즈를 아냐’고 되묻는 의사의 말에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주변의 말이 모두 음소거 된듯 내게 들리지 않았다. 만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죽을 병에 걸린 것을 알게되는, 흔한 클리셰에서나 연출하는 그런 장면이 나에게 일어날 줄은 몰랐다. 물론 HIV에 감염이 된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당시 나에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에 에이즈에 관해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를 보여준 기억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를 들은 뒤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택시기사의 ‘날씨가 참 좋죠?’라는 질문에 ‘네 X같이 너무 좋네요’라고 대답을 하는 순간 그 말이 신호탄이 된 듯 부정적인 감정이 밀려왔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하지?’ 병원에서 나오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확진을 받고 매일 HIV에 대해 검색해보며 ‘에이즈는 없다’라는 거짓 정보에 혹해 ‘사실 난 HIV에 걸리지 않은 것이 아닐까?’라며 헛된 희망도 품어보고, ‘에이즈=죽는 병’이라는 글과 혐오가 섞인 정보를 접하며 자기혐오에 빠져들고 있었다. 오지 않는 잠을 자기 위해 한 밤중에 나와 편의점에서 소주 2병씩 사서 병나발로 마시고 토하고 집에 들어가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생활을 지속했다. 1주일 정도 그런 생활을 하니 속은 속대로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정신은 피폐해져갔다. 이렇게 생활하다가는 좋지 않은 선택을 할 것 같아 술에 취한 상태로 그때 당시 친했던 형에게 전화를 걸어 HIV 감염사실을 고백했다. ‘너무 힘들다’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나의 말에 ‘너무 힘들었을텐데 나에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HIV는 약만 먹으면 잘 살 수 있는 병이니까 같이 이겨내보자’는 말을 해줬다. 나에겐 그 한마디가 나를 살리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같았다. 내가 살 수 있다는 그 한마디가 진짜로 나를 살렸다.

    그렇게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생활로 차츰 돌아갈 용기를 얻은 나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그 형과 함께 밥도 먹고 사람도 만나면서 ‘어떻게든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집에서 잠에 들때면 찾아오는 자기혐오와 세상의 에이즈에 대한 혐오에 몸이 떨려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여전히 HIV를 가진 사람은 주변에 나밖에 없는 것 같았고, 내가 나서서 같은 HIV 감염인을 찾는 것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검색을 통해 HIV 감염인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가입하고나서도 혹시나 하는 아우팅의 우려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는 것을 주저했다. 

    어렵사리 용기를 낸 것은 역시나 그 형이었다.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말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렇게 나간 모임에서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각자 서로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에 놀라 ‘왜 이자리에 있냐’며 같은 질문을 서로에게 던졌다.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나와 같은 HIV 감염인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어색해하는 나에게 친구는 또래들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새로 생길 예정이니 나중에 가입하라고 귀띔을 해줬다. 그렇게 커뮤니티알을 만나게 되었다.

    커뮤니티알은 10~20대의 HIV 감염인이 가입이 가능한 커뮤니티였다. 그렇게 가입한 커뮤니티알의 첫 오프라인 모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한 대학 학생회실을 빌려 서로 어색한 눈빛을 보냈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비슷한 연령대의 HIV 감염인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며,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나이를 가진 이유 때문이었을까 서로 조금더 친해지기 위해 간 뒷풀이 장소에서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지금과 다른점이라고 하면 그 당시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종로를 피해서 진행했던 점이랄까? 서로 HIV의 H가 나오기라도 하면, 그리고 약을 먹기 위해 알약을 가방에서 꺼내면 화를 내는 분위기였다. 물론 지금도 HIV 감염인이라는 것을 큰 소리로 떠들며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서로의 감염사실을 노출시킬 수 있는 어떠한 요소라도 가리고 숨겼다. 심지어 뒷풀이도 매번 사방이 막힌 단체실같은 장소만 골라서 했으니까.

    그렇게 매우 조심스럽고 스스로를 감추어야했던 나와 커뮤니티알의 변화는 커뮤니티알이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면서였던 것 같다. 커뮤니티알이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같이 부스 기획을 할 TF팀을 구한다는 소식에 용기를 내어 참여했다. 그동안 커뮤니티알의 진행했던 각종 프로그램과 인권캠프를 통해 나의 존재가 무서운 질병덩어리가 아닌 인권을 보장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일까? 퀴어 커뮤니티에서 가볍게 던지던 ‘잔돌려먹으면 에이즈 걸린다’, ‘에이즈년’ 같은 혐오가 섞인 농담에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가 여기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가리고있던 가면을 벗어 던지고 나를 드러내야 하는 자리었지만, 그보다 나도 퀴어 커뮤니티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걱정 반 설렘 반인 기분을 안고 참여한 퀴어문화축제는 의외로 별것 아니었다. 내가 커뮤니티알 부스에 있다는 이유로 병걸렸다며 수근거리거나 손가락질하는 퀴어들은 없었다. 오히려 부스에 와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힘내라며 응원해주고 가는 사람들을 만나 한쪽에 응어리져있던 자기혐오가 녹아내렸다. 물론 반대편에서 에이즈 혐오가 담긴 메시지를 외치며, 퍼레이드 트럭 앞에서 대자로 누워 행진을 방해하는 혐오조장세력들이 있었지만, 나에겐 그보다 우리의 존재를, 나를 드러냈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더 컸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바로 그때부터였다. 물론 인권활동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단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감투에 대한 욕망이 더 컸다. 운영지기들이 HIV 감염인들을 위해 사업을 기획하고 커뮤니티알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너무 멋져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처음 지기가되고 싶다는 내 말에 그 당시 함께하던 지기들은 부정적인 답변을 했었다. 그냥 멋져보인다는 이유만으로, ‘HIV 감염인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하고싶다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당시 인권감수성이 매우 결여되어있던 나의 언행도 한 몫 했다. 스스로를 돌아봤다. 정말 내가 운영지기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내가 운영지기로서 어떤 것을 얻고 싶은지 등 고민하고, 결정내린 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전했다.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동안 커뮤니티알의 프로그램에서 느꼈던 감정과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고 싶은지를 이야기했고, 지기 중 한 명이 개인사정으로 그만두는 시기와 맞물려 운영지기 회의를 통해 2016년에 운영지기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운영지기가 되고나서 초반은 회의 내용을 따라가기에 너무 어려웠다. 요양병원이 어쩌고 건강권이 어쩌고 에이즈예방법이 어쩌고 인권위가 어쩌고 하는 내용은 그동안 인권에 무지했던 나에겐 너무나 먼 내용이어서 중간중간 모르는 내용을 계속 질문했다. 그리고 커뮤니티알이 연대단체로 함께하고 있는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에이즈환자 건강권보장과 국립 요양병원마련 대책위원회 등 나갈 수 있는 연대체 회의에 닥치는 대로 나가며 HIV/AIDS 관련 현안을 알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기쁨과 동시에 HIV 감염인, 에이즈 환자가 겪고 있는 각종 인권침해를 알게 되면서 분노와 슬픔도 느꼈다. 특히 2016년에 진행했던 UNAIDS 낙인지표조사에서는 우리나라 HIV 감염인의 내적낙인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HIV 감염인이 살아가면서 겪는 현실적인 장벽들이 매우 다양한 방면에 있으며, 성적권리, 건강권, 노동권 등 다양한 권리에서 HIV 감염인에게 제도와 정책이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허술한 지점이 존재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연대체 회의와 커뮤니티알 운영지기 활동을 통해 열심히 배우려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이 과정을 함께해준 여러 활동가들과 특히 다른 운영지기들이 여러 방면에서 조언과 지지를 해주었기에 가능했다. 

    그와 동시에 운영지기에 합류한 이후 다른 운영지기들과 함께 지속해왔던 고민은 ‘언제까지 상근활동가가 없이 인권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까?’였다. 커뮤니티알은 2011년 12월 1일 발족 이후 상근활동가가 없는 상태로 각자 생업과 활동을 병행하고 있었기에 긴급 대응이 필요한 의제나 상담이 들어올 경우 발빠르게 행동을 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후 5년, 10년을 바라보고 꾸준하게 커뮤니티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권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본격적으로 2017년부터 논의를 통해 운영지기인 소주를 1인 상근으로 둔 비영리단체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고, 2018년 4월 28일 커뮤니티알의 첫 번째 도약 ‘R, Love You’를 통해 CMS개설과 동시에 비영리임의단체 등록을 진행하여 드디어 상근활동가를 둔 인권단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

    도약을 통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1인 상근활동가를 두었고, 상담채널을 개설하였으며, 그동안 놓칠 수 있던 긴급한 의제나 연대체 활동 등 인권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다만, 상근활동가의 활동비가 터무니없이 적은 60만원 뿐이었고, 사무실이 없어 개인의 집과 카페를 오가며 업무를 진행해야 했으며 회의는 카페에서 진행했다. 그래도 다른 운영지기들과 함께 열심히 커뮤니티알의 사업확장과 발전을 위하여 꾸준한 활동을 진행했기 때문일까? 커뮤니티알이라는 단체를 알릴 기회가 많아진 덕분인지 정기후원이 조금씩 늘었고, 여전히 적은 금액이지만 상근활동가의 상근비를 조금씩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커뮤니티알의 발전과 반대로 내 생활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다니고 있던 회사의 업무를 평일 저녁과 주말을 가지리 않고 처리해야할 때가 늘었으며, 생업과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적인 특성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수직적인 명령하달의 방식과 하이리스크 로우리턴, 이성애 중심적인 기업문화 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뭐? 다 그런거 아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나에겐 너무나 큰 스트레스 요소로 다가왔다. 결국 2020년에는 운영지기를 잠시 내려놓고 생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운영지기를 떠나 생업에 집중하는 시간이 나에겐 매우 끔찍했던 시간이었다. 1년 반 동안 2번의 이직을 했는데 커리어를 위해 이직했던 곳에서는 직속 상사가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통해 자존감을 깎아내렸으며, 한 곳은 전직원이 특정 종교를 믿는 종교인들로 구성되어있었다. 물론 가스라이팅은 안당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종교인들이 가득하다고 해서 나에게 종교를 강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를 끔찍한 부하직원쯤으로 여기며 반 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행하는 가스라이팅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떨어뜨리기엔 충분했다. 조금이나마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이직한 곳에서는 퇴근시간에 찬송가를 틀고 점심시간에는 종교이야기를 하는 회사였다. 그렇다고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곳도 아니었다.

    1년 반 가까이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커리어는 안 쌓이고 스트레스만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나니 ‘내가 왜 자신을 갉아 먹으며 살아야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2021년 말 일을 그만두고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에게 정말 의미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커뮤니티알이었다. HIV 감염인이자 게이섹슈얼의 정체성을 가진 나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조금 뒤쳐지거나 부족하더라도 같이 응원하는 동료가 있으며, 불편함을 불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그리웠다. 조심스럽게 커뮤니티알에 운영지기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다른 운영지기들은 환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운영지기로 복귀해서 처음 한 것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HIV 관련 현안들이었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활동을 쉬면서 잊어버렸던 정보들이나 놓친 부분들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연대체 회의에 참여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활동에 복귀하고 합류한 활동 중 하나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노동권팀과 노동권팀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한 노동권가이드라인팀이었다. HIV 감염인의 노동권과 관련된 제도와 법의 변화를 살펴보고 가이드라인을 정리하여 최종적으로 HIV 감염인에게 공유하는 사업이었다. 그와 동시에 커뮤니티알에서는 2016년에 발간했던 ‘Youth HIV감염인을 위한 F&A’ 책차를 업데이트하여 많은 HIV 감염인들이 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로 제작하자는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두 가지의 사업이 별도로 기획되었으나 최종적으로 HIV 감염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자는 목적은 동일했다. 이를 토대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HIV/AIDS정보사이트: 아카히브>의 전신이 되는 사업기획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때마침 다음세대재단의 인권운동 및 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기금에 포함된 인건비 지원을 통해 비상근 활동가가 아닌 커뮤니티알의 2번째 상근활동가로서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1인 활동가이던 소주활동가의 업무를 2인 체제에 맞도록 재분배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 수평적인 관계. 서로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서로 보완하며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커뮤니티를 운영을 하는 것에는 달라진 점이 없었다. 다만, 2인 체제가 되며 상담을 통해 지원이 필요한 내담자가 있을 때, 그리고 사업을 진행하며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가 간의 긴급하고 긴밀한 소통이 필요할 때 전화나 메신저로 소통하거나 별도의 장소를 대관해야만 했다. 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커뮤니티알의 비품을 타 단체 공간의 한구석을 빌리거나 각자 집에 보관해야했다. 우편 발송을 하거나 업무용 우편을 받기 위해 개인의 집주소를 공개해야 하고 개별 공간에 비치된 유선전화가 없어 1명의 상근활동가가 휴대폰을 상시 소지하며 상담업무를 진행해야했다.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졌다. 차별대응을 위해 내담자와 오프라인에서 긴밀한 소통을 진행하려고 해도 카페나 타 단체의 회의실을 빌려야하는 상황이 나에게도 내담자에게도 무척 부담스러운 일로 다가왔다.

    안정적인, 안전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나와 같이 HIV로 힘든 일을 겪었을 감염인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 어려움을 겪는 HIV 감염인들을 편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마주하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이제는 커뮤니티알에는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알이란 10년도 넘는 시간 동안 내가 HIV에 대한 차별과 혐오, 내적낙인을 마주할 때마다 날 감싸준 소중한 울타리이다. 나의 이 소중한 마음과 글이 여러사람들에게 닿아 알의 둥지가 마련될 수 있길 희망한다.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
    ‘알은 둥지가 필요해’

    8월 24일부터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날까지 총 100일동안 소셜펀치를 통해 3500만원을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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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원함에 대하여

커뮤니티알, 어떤 단체인가요?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이하 ‘커뮤니티 알’)은 2011년에 만들어져 12년동안 꾸준히 활동해온 HIV/AIDS 인권단체이자 청소년 청년 HIV/AIDS 감염인 자조모임입니다. 커뮤니티 알은 지금까지 HIV감염인 네트워킹과 HIV/AIDS 인권증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알은 3년전부터 전화상담 채널을 마련하여 지금까지 약 160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밴드에 가입되어 있는 HIV감염인 회원들의 차별 피해경험과 인권침해 상황을 직접 듣고 확인하며 대응해왔습니다. HIV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치료나 수술을 거부하는 병원에 문제제기하는 싸움, HIV를 이유로 한 부당한 대우와 해고에 대항하는 HIV감염인 노동권 증진활동, HIV감염인의 성적권리를 침해하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죄 폐지를 위한 투쟁 등 HIV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해 꾸준히 싸워왔습니다. 그리고 HIV감염인 회원들의 정기모임, 여름인권캠프 등 네트워킹 사업도 진행하며 HIV감염인이 겪는 여러 상황을 파악하고 왜 HIV감염인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지 고민을 나누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의 의약품접근권을 고민하며 목소리를 내고, 각 지역의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여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의 에이즈낙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습니다. 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이 되면 에이즈인권주간 운영에도 함께하며 대중의 에이즈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최근 상담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HIV감염인 노동권 의제의 경우,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노동권팀에 합류하여 공부를 하고, 분석을 하고, 논의와 고민을 지속하며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해 <HIV/AIDS정보사이트 아카히브>까지 제작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알, 왜 둥지가 필요할까요?

 

하나, 상담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최근 알에는 HIV감염인의 노동권 침해 피해 호소상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담전화를 개설한 2020년에는 노동권 상담문의가 5건이었던 것에 비해, 2023년 올해는 상반기에만 16건이 노동권에 대한 상담문의였습니다. HIV감염사실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하고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HIV감염사실을 이유로 부당한 인사이동이나 해고의 위협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주민의 경우에는 HIV강제검진 제도가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행적으로 HIV테스트를 진행하는 의료기관때문에 고용불안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HIV때문에 면제된 병역에 대해 회사가 면제사유를 캐물을때에는 질병정보가 노출될까봐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커뮤니티알 운영지기들도 다양한 인권침해 상황을 접하며 고민이 깊어져갔습니다. 차별이나 인권침해를 경험한 HIV감염인을 직접 만나 자세히 이야기나누고 상담할 때에는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과 불안을 잘 살피며 마음을 챙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땅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다보니 효과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기 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상담을 위해 카페를 전전하거나 스터디룸 등을 대관했는데 이런 방식과 환경이 피해자에게도 좋지 않았고, 상담을 진행하는 알 운영지기에게도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카페에서는 내밀한 상담내용을 누가 듣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되고, 대관을 하자니 시간 제한도 있고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간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HIV감염인 노동권 뿐 아니라 커뮤니티알에는 다양한 차별 및 인권침해 상담 사례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HIV확진 초기의 불안을 호소하시기도 하고, HIV감염사실을 약점잡아 협박하는 사람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을 털어놓으시기도 합니다. HIV를 이유로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지는 않을지, 청소년은 어떻게 HIV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등 HIV와 연결된 수많은 고민들이 커뮤니티알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커뮤니티알은 안전하게 상담을 잘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하나, 업무 공간 마련으로 HIV 인권활동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커뮤니티알은 별도의 자기공간 없이 12년동안 활동해왔습니다. 2011년 설립 후 2017년까지는 HIV감염인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약 6년전부터는 1인 상근활동가가 생기면서 인권활동에도 많은 에너지를 쏟기 시작했는데, 상근활동가가 안정적으로 활동하려면 사무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최근 단체가 점점 성장함에 따라 상근활동가가 2명이 되고나니 사무공간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1인 상근활동가 체계였을 때 1년에 40~50건 정도의 상담문의에 대응한 대에 비해 2인 상근활동가 체계가 되고 나서는 약 2배 정도 더 많은 상담문의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HIV/AIDS정보사이트 아카히브>까지 제작이 가능했고, 역할과 업무를 분담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인권활동과 연대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사무공간이 없다보니 상시적으로 직접만나 논의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고, 항상 전화나 메신저를 거쳐 소통을 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의를 집과 같은 사적인 공간이나 카페에서 진행해야 했고 그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사생활과 업무공간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다보니 집에 가는 길에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상담전화 대응을 하거나 집에 도착해서도 일하게 되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리고 사업진행에 필요한 물품을 보관할 곳이 없어, 물품들이 활동가들의 집과 연대단체 사무실 여러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가지러 가거나 관리하는 것 마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는 업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사무실이 없어 업무진행이 어려운 환경은 여러모로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더 효율적으로 HIV감염인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환경조성이 절실합니다. 

 

 

하나, 더 적극적으로 HIV감염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커뮤니티알이 다양한 HIV/AIDS 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HIV감염인들이 차별없이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운영이 있습니다. HIV감염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조금 더 편하게 HIV/AIDS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고, 더욱 깊은 진심으로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HIV감염인 당사자들의 모임과 커뮤니티 운영은 여러 부분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도출해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서로 힘든 점을 나누고 위로와 지지를 공유하는 소통이 대부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현재 220명 이상의 HIV감염인들이 소통을 나누고 있는 HIV감염인 커뮤니티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HIV감염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이기에 어쩌면 온라인 소통이 조금 더 선호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소통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HIV관련한 누군가의 고민이나 심도있는 대화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놓칠 때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공간으로 소통의 무게중심을 옮겨, HIV감염인의 경험과 고민에 더욱 집중하며 기록하고, HIV감염인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많이 세상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에이즈혐오와 낙인, 편견과 차별, 그리고 아웃팅 걱정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에서 HIV감염인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스스럼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를 통해 보다 더 큰 힘으로 에이즈낙인에 저항하고 싶습니다.

 

 

커뮤니티알이 만들 공간은 이런 모습입니다.

HIV감염인, 에이즈환자로서 누구든지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
HIV감염인, 에이즈환자가 두려움없이 자유롭게 HIV/AIDS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
HIV감염인, 에이즈환자가 HIV감염사실 노출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HIV감염인, 에이즈환자가 차별이나 혐오, 낙인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HIV감염인, 에이즈환자가 에이즈낙인과 혐오, 차별과 편견없는 사회를 꿈꾸는 공간
 

 

이번 모금을 통해 모인 후원금은 이렇게 활용합니다.

공간을 마련하는데 필수적인 보증금 2000만원
1년치 월세와 관리비 1000만원
난방기, 책상 등 집기마련 500만원

총 3500만원을 목표로 합니다.

 

 

특별 리워드 - 커뮤니티 알의 12주년을 응원해주세요!

12만원 이상 일시후원 - 디딤돌 알파카
- 12만원 이상 일시후원을 해주신 개인/단체 모두 디딤돌 알파카입니다.
- 새롭게 마련될 공간에 이름 혹은 원하시는 닉네임이 새겨진 액자가 전시되고, 한정판 둥지알파카 와펜을 드립니다.

120만원 이상 일시후원 - 주춧돌 알파카
- 120만원 이상 일시후원을 해주신 개인/단체 모두 주춧돌 알파카입니다.
- 새롭게 마련될 공간에 이름 혹은 원하시는 닉네임이 새겨진 액자가 전시되고, 한정판 둥지알파카 와펜을 드리며, 주춧돌 알파카 전용으로 한정하여 감사패를 드립니다.

디딤돌/주춧돌 알파카 리워드 신청하기

 

※ 커뮤니티알은 ‘알’을 ‘파카’처럼 따듯하게 안아주는 후원인 분들을 알파카라고 부릅니다.

※ 리워드는 커뮤니티알 공간마련을 위한 모금이 종료된 후 2024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배송될 예정입니다.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커뮤니티알은 ‘HIV/AIDS인권활동커뮤니티 알’이라는 단체명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새로운 이름으로 발돋움하는 알은 그동안 해왔던 HIV/AIDS인권활동을 더욱 발전시키며 지금보다 더 강한 힘으로 혐오와 낙인, 차별에 맞서는 단체가 될 것입니다.

 

 

 

 

커뮤니티알

커뮤니티알

커뮤니티알은 에이즈혐오와 낙인에 저항하며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의 인권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인권단체입니다. HIV감염인들이 차별없이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후원자들의 한마디

  • 조서울 : 알에게 작은 힘을 추가합니다. 해피 에이즈 데이!
  • 이진희 : 든든하고 따뜻한 알둥지 투쟁!!
  • 서울인권영화제 : 포근한 둥지, 멋진 동지!
  • 고운 : 예쁜 둥지 마련하자♥️
  • 메코 : 세계에이즈의날을 축하합니당
  • 권순부 : 으쌰으쌰투게더
  • 구야 : 힘내라 알
  • 미류 : "알'의 둥지는 알을 깨고 나올 모두의 둥지!
  • 이종걸 : 알 반드시 종로 입성하길!!!!
  • 박광훈 : 머물고 품을수있는 둥지 마련을 후원합니다!